종합

겸재 산수화 등 해외소재 유물 320여점 세종시 품으로

lin1303 2022. 8. 17. 21:09

재미교포 김대영 씨 무상 기증

겸재 산수화 등 해외소재 유물 320여점이 세종시 품으로 돌아왔다.

 

해외에 있던 유물이 수도권이나 국립대형박물관이 아닌 세종시에 자리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어 앞으로 해외 소재 유물수집 사업의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

 

세종시립민속박물관과 2025년 개관 예정인 향토유물박물관의 존재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 이번 기증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유물을 관람하고 역사와 문화를 향유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의 토대가 됐다는 평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17일 언론브리핑을 열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 중인 교포 김대영(91세) 씨로부터 유물 324점(회화 144점, 도자 113점, 공예·기타 67점)을 무상으로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김대영 기증자와 기증자 가족(세종시 제공)

 

김 씨는 서울 경복고 재학 중 미군 통역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1956년 미국 유학이 계기가 되어 현지에 정착.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무역업과 부동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이민 1세대를 대표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수집하게 된 미술품과 공예품은 국외소재문화재단이 2019년 실시한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코로나19로 연락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지난 5월 시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간 해외 문화재 발굴 협력 방안을 논의 중 유물 기증을 추진하게 됐다.

 

통상 해외 소재 유물의 국내 기증 지역은 기증자의 뜻에 따라 유물의 정체성에 맞는 곳으로 이루어진다. 김 씨는 고향인 서울에 소장품을 기증하려고 했으나 수집한 유물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회화, 도자기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대한민국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점을 들어 세종 기증을 설득했다.

 

협상 끝에 기증자 가족들은 향토유물박물관과 행정수도인 세종의 역사·문화발전을 위해 세종시에 수집품 일체를 무상 기증하기로 했다.

 

이에 시는 지난 6월 미국 현지로 직원을 급파해 유물 포장 및 운송작업을 진행하고 7월 세종시립민속박물관 수장고에 유물을 보관 중이다.

 

대표적인 기증 유물 중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선면산수도는 선면(扇面), 즉 부채형 화면에 그린 산수화로, 앞쪽에 작은 언덕들과 종류가 다른 나무가 그려져 있고, 그 뒤로는 먼 산이 병풍처럼 배치되어 있다. 노년기 겸재의 원숙 하면서도 정제된 필력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화조영모도십폭병풍은 심전 안중식(1861~1919) 작품이다. 조선 말 장승업(1843~1897)의 제자로 산수화와 행서에 능통한 근대 대표 화가로 꼽힌다. 총 10개의 접힌 면으로 구성된 독수리, 말, 닭, 해오라기 등 8가지 소재를 활달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운보 김기창(1913~2001)의 판화 작품은 그의 천진난만한 세계관과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판화에 등장하는 세 마리 사슴과 학, 구름 등은 화목한 가정에 복이 깃듦을 상징 한다.

 

이밖에 청초 이석우, 취당 장덕의 작품을 비롯해 조선 말엽 공주 탄천에 거주하며 활동한 두산 정술원의 작품이 있다. 또 19세기 말 북한 해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 백자청화초화문호'를 비롯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사이 제작된 다양한 도자기도 포함되어 있다.

 

유물들은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등록·보존 처리 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기증자의 뜻을 받들어 보다 많은 시민이 볼 수 있게 상시 공개하고 세종시립민속박물관 특별전시 및 향후 건립될 향토유물박물관에 상설·기획 전시, 열린 수장고 등 다양한 형태로 전시할 계획이다.

 

최민호 시장은 "역사·문화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가치가 높은 유물을 지속적으로 수집 하겠다"며 "겸재의 '선면산수도'도 세종시 지정문화재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