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집중취재 한 전직 법조 전문기자 공저 책
[충청신문=] 윤석열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그와 관련한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에 나온 책들과 동렬에 놓이기를 거부한다.
정치부 기자로 시작해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나들며 1987년부터 2017년까지 역대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치전문가와, 평검사부터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10년간 윤석열을 집중 취재한 익명의 법조 전문기자가 공저한 정치 평론집답게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접근법과 분석의 틀이 무엇보다 돋보이기 때문이다.
책은 역대 대통령의 언행을 미국 대통령들과 사례와 대비하고 왜 우리나라 대통령은 모두 실패했는가, 전임자보다 조금만 더 낮은 자세로,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국민과 소통·공감을 나누기만 해도 성공할 수 있던 문재인 정부는 왜 또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는가, 그리고 퍼스낼리티와 리더십 분석을 통해 윤석열은 차별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내용에는 시대정신은 실패한 정치의 반작용이라고 했다. 혈연 상 DJ-노무현을 이은 민주당 시즌III로 출발한 문재인 정권은 무능과 부패로 점철된 윤보선-장면의 민주당 시즌II를 거쳐 좌파정권 시즌I으로 귀결됐다.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지만 이념에 치우쳐 국민 통합에 실패하고 정파적 이익에 사로잡혀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했다고 적시했다.
또 촛불혁명이 입법 쿠데타 세력으로 변질된 것은 총선 압승이 부른 승자의 저주였다. 신구 권력을 가리지 않고 같은 저울로 공과 과, 죄와 벌을 잰 최재형과 윤석열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을 정권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인물은 역경의 산물이라고 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좌충우돌식 폭주가 키운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고 했다.
거짓말과 공약 파기가 특징인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윤석열은 얼과 말과 글과 꼴의 편차가 가장 적은 인물이라며 가정교육과 인성 덕분이라고 했다.
교과서적 인성으로 호랑이굴에서 호랑이 새끼를 잡아야 하는 권력투쟁을 버틸 수 있을까. 9수를 할 때 이래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리고, 정치적 박해를 돌파해 국민 지지도 1위에 오른 지금 이 순간까지 그를 승리로 이끈 것은 진심과 충심, 뱃심과 뚝심, 입심과 뒷심, 초심과 중심이었다며 JP부터 이인제, 반기문, 정운찬 등 수없이 명멸한 충청권 잠룡들과 확실히 다른 캐릭터라고 했다.
이러한 인성과 자질을 바탕으로 그는 부챗살 리더십으로 아래를 아우르고, 우산 리더십과 무소 리더십으로 역경 속에서도 자신이 속한 조직을 이끌며 우리나라가 결여한 기본과 상식,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웠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목차는 ▲임금님을 찾습니다 ▲모든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 ▲최고의 정의는 양심이다 ▲송무백열 선우후락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 ▲당신이 대통령입니다로 구성됐다.
다음은 본문의 일부다.
윤석열이 헌법 책 한 권 손에 들고 맨몸으로 정권과 맞서고 있을 때 “불굴의 용기와 인내로 슬기롭게 역경을 돌파해온 아드님의 경험과 경륜을 통해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날 길을 모색하는 책을 쓰고 있다”며 면담을 청하자 윤 총장 부친은 “언제든 좋다”고 흔쾌히 만남을 약속했다.
하필 시베리아 한파가 덮쳐 전국이 얼어붙었던 12월 16일 오후, 연세대 명예교수실 소파에 마주앉은 윤기중 선생은 한눈에도 선비의 기개가 느껴졌다. 석학의 명성에 걸맞게 논리는 정연했고, 대쪽 같은 외모와 달리 인품이 온후했다.
“고향에 있는 일가친척들도 궁금한지 가끔 전화를 해요.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왜, 무얼 걱정해요? 우리 아이, 어려서부터 옳지 않은 일은 한 적이 없어요. 내가 잘 모르고 혼을 낼 때도, 자기가 잘못한 일이 없으면 종아리를 맞아도 잘못했다고 비는 법이 없었어요. 변명 한마디 하는 법이 없었고요. 나중에 내가 오해한 걸 깨닫고 자식한테 미안하다고 한 적도 있어요. 허허허.”
옛날을 회상하는 윤 선생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걱정하고 갔던 나까지 마음이 환해졌다. “잘 지켜보세요. 그 아이는 옳지 않은 길을 갈 위인(爲人)이 아닙니다.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비라도, 권력이 뭐가 무서워요? 잘못한 일이 없는데. 걔가 다니는 대학에서 모의재판을 여는데, 검사를 맡을 학생이 없었대요.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 때였거든. 현직 대통령한테 5.17, 5.18 책임을 물어야 하니까 다들 기피한 거지, 후환이 두려워서. 그 시절이 그런 시대 아니었소? 그런 상황 아래서도 우리 애는 검사 역할을 자원했어요.”
“그 당시에도 선생님은 걱정 안 하셨습니까?” “왜, 나야 솔직히 걱정이 앞섰지. 걔가 우리 집 외동인데, 앞길이 구만리 같을 때 아니오? 전 대통령한테 사형을 구형하고 우리 애도 강원도로 몸을 피했어요. 나중에 들으니 절에 가서 스님들 공양미만 축내고 왔다더라고. 허허허. 혈기 방장한 학생들을 가르칠 때라 더 그렇게 느껴졌겠지만, 그때 시절이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았지. 나중에 전두환씨가 사람을 보냈어요, 그 댁 자제들도 내 제자거든. 만나서 그때 얘기를 했더니 그분이 그럽디다. ‘학교 다닐 때 젊은이들이 그런 기개도 없으면 큰일 못합니다.’”
한편 지은이 김창영은 언론인·출판인으로 성균관대와 동 대학원에서 정치외교와 국제정치를 공부했다. 한국일보를 시작으로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와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6년 동안 일본 교도통신 월드뉴스 서비스에 영문 칼럼을 연재했다.
또 자민련에서 부대변인과 정세분석위원으로 일하며 1997년 대선 직전 DJP 공조의 아이디어를 냈다. JP가 내각제 약속을 파기한 뒤 김용환 수석부총재와 곧바로 탈당, 한국신당 창당 본부장을 거쳐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선대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직속 동반성장위원회’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그 사이에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겸 대변인으로 일했다.
2001년 11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을 초청 ‘9.11 테러와 한국의 국제정치적 선택’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이듬해 9월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NGO 포럼에 참석, 세계평화에 대해 기조연설도 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청년 시절 유럽 취재일기를 번역한 ‘대통령이 된 기자(Prelude to Leadership)’,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세계적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부시 대통령의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분석한 ‘부시는 전쟁 중(Bush at War)’ 공격 시나리오(Plan of Attack)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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