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 비판에 '文정부·민주 겨냥' 분석
"모든 사회 구성원 자유 시민 돼야" 강조
[충청신문=서울]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당면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역설했다.
11시20분부터 36분까지 낭독한 취임사를 통틀어 '자유'를 35차례나 언급했다. '자유 시민'(8회)과 '자유민주주의'(3회)를 모두 합한 수치다.
윤 대통령은 먼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 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고 자신의 소명을 축약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지목했다.
여기에는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
문재인 정부를 직접 호명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정치권으로 불러낸 지난 집권 세력의 행태를 반지성주의로 규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수의 힘'을 거론한 것을 두고는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거야'가 된 민주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며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 시민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에서 영감을 얻은 윤 대통령의 철학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입학 기념으로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프리드먼 책을 선물 받았으며, 이를 근간으로 자신의 세계관이 형성됐다고 대선 후보 시절 거듭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로 '빠른 성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자유를 확대하며 우리의 존엄한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장', '과학'을 각 5차례, '기술', '혁신'을 각 4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이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아울러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를 경계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해 도와야 한다"며 '세계 시민'(7회)과의 '연대'(6회)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 말미에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위상을 지니게 됐다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확대하는 데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15회)과 '세계'(13회)를 빈번하게 거론하고 '국제사회'(6회), '역할'(4회), '책임'(3회) 등을 강조한 것은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반면 통합이나 소통은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당선에 대해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며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은 것과 온도 차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정과 상식을 시대 정신으로 제시해온 윤 대통령이 '공정'만 3회 언급했을 뿐 '상식'은 아예 꺼내지 않은 점도 전과 달라진 점으로 꼽혔다.
전체 분량은 3303자로 전임 대통령 취임사보다 비교적 짧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사는 8969자,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사는 5558자였다. 취임식이 약식으로 진행된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사는 3181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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